계좌는 멀쩡한데 사람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주식이 크게 빠진 것도 아니고,
큰 손실을 본 것도 아니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생활비가 부족했다.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졌다.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생겼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원래는 조금 더 가져가려고 했던 종목을 아까워하며 급하게 팔게 된다.
손실이 난 상태인데도 정리해야 한다.
버틸 수만 있었다면 괜찮았을 수도 있는데,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먼저 찾아온다.
예전에는 좋은 종목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
어떤 산업이 성장할지,
어떤 기업이 돈을 벌지.
투자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좋은 종목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었다.
버틸 돈이었다.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많은 사람들은 월급이 계속 나올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월급은 무한정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회사를 못 다닐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통장에 여유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눈물을 참고 -30%인 종목을 손절해야 할 수도 있다.
아끼던 차를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집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 실패로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생활비와 투자금을 구분하지 못해서 힘들어했다.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되는데 투자금을 늘린다.
비상금도 없는데 주식 비중을 높인다.
시장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수익이 나면서 자신감이 붙는다.
문제는 시장이 좋지 않을 때다.
그때부터 선택지가 사라진다.
기다릴 수가 없다.
버틸 수가 없다.
결국 가장 불안한 시기에 가장 불안한 결정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 투자 이야기를 하면 다른 것부터 보게 된다.
이 사람은 몇 개월 정도 소득이 없어도 괜찮을까.
갑자기 큰돈이 필요해져도 흔들리지 않을까.
시장과 상관없이 생활은 유지될까.
예전에는 이런 질문이 투자와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수익보면 다 해결이 되는 문제들이니 생각 할 필요도 없었고
잃을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오히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부분처럼 느껴진다.
주식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하지만 기다림은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이 받쳐줘야 한다.
통장에 돈이 있어야 하고,
생활이 유지되어야 하고,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도 버틸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좋은 종목을 찾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계좌가 아니라 통장일지도 모른다고.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하는 것이다.
다들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잘 지키지 못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도 많다.
생활비까지 끌어와 투자한다.
그런데 단어 그대로 ‘여유자금’이 없다.
마음은 자연스럽게 급해진다.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해진다.
조금만 올라도 팔고 싶어진다.
물려 들어가면 이유 없는 물타기를 반복한다.
결국 투자 판단이 아니라 감정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온다.
어쩌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돈은
수익을 내기 위한 돈이 아니라
기다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돈인지도 모르겠다.
